태아가 지나가는 길, 산도
산도는 아기가 폐호흡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태아가 엄마 몸 밖으로 나오는 길은 산도라고 한다. 산도에서 태아의 가슴은 꽉 조여있는 상태이다. 그러다 바깥으로 나오면 단숨에 좁은 공간에서 해방돼 아기의 폐는 크게 부풀고, 코나 입을 통해 갑자기 공기가 들어간다. 처음으로 폐에 공기가 들어온 것에 놀란 아기는 무심코 그것을 뱉어내려고 하는데, 이때 나오는 것이 바로 첫울음이다. 첫울음을 계기로 아기는 폐호흡을 시작한다. 산도가 좁은 것은 태아가 폐호흡을 할 수 있도록 자극을 주기 위해서이다.
태아가 지나갈 수 있도록 늘어난다
산도는 골반뼈로 된 골산도, 자궁구, 외음부, 질과 그 주변을 둘러싼 근육 그리고 연조직으로 이루어져 있다. 출산이 가까워짐에 따라 에스트로겐의 활동으로 골반근육과 치골결합의 이음매가 조금 느슨해지고, 산도 주변의 근육이나 인대가 부드러워져 늘어나기 쉬운 상태가 된다. 분만이 시작되면 태아 머리가 누르는 힘과 자궁이 수축하는 힘 때문에 산도가 점점 넓어진다. 골산도가 원래 좁거나 임신 중 살이 많이 쪄서 산도에 지방이 쌓인 경우, 진통이 미약한 경우에는 분만 진행이 늦어지기 쉽다.
자궁구가 열리고 태아가 머리를 내민다
단단히 닫혀있던 자궁구가 출산이 다가오면 조금씩 열리기 시작한다. 자궁에 가까운 쪽을 내자궁구, 질에 가까운 쪽을 외자궁구라 하는데 두 자궁구 사이에 있는 원통형 부분이 자궁경관이다. 자궁경관은 진통이 시작되면 조금씩 열리면서 얇아지는데, 이 현상을 "자궁경관이 소실되었다"라고 말한다. 내자궁구는 자궁경관이 소실되면 열리기 시작하며, 외자궁구는 자궁경관이 소실되면 열리기 시작해 분만 제1기가 끝날 무렵에는 약 10cm 너비로 완전히 열린다. 바로 이때부터 본격적인 분만이 시작된다.
세상에 나오는 태아의 힘
최대한 오므린 자세로 나온다
출산이 가까워지면 태아는 턱을 몸 쪽으로 잡아당기고 어깨를 움츠려 최대한 오므린 자세를 취하다가 머리부터 산도로 들어가 길을 넓히면서 내려온다. 골반저를 통과할 때는 몸을 회전시키며 내려오는데, 단단하고 굴곡 많은 골반저를 잘 빠져나오기 위해서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태아는 엄마 몸의 측면을 향한 상태이다.
턱을 들면서 머리가 빠져나온다
산도의 굴곡에 따라 몸을 회전하던 태아는 머리가 골반 출구에 도달하면 몸 쪽으로 끌어당긴 턱을 위로 들어 올린다. 그러면서 머리의 앞부분(이마)이 출구를 향하게 된다. 이때 태아는 엄마 등을 바라보는 상태이다. 출구에 머리를 내민 태아는 그 조금씩 몸을 틀어 엄마의 허벅지 안쪽을 바라보면서 나머지 몸을 빼낸다.
머리 모양이 변한다
아기머리는 5개의 뼈로 되어있는데, 성인의 머리와 달라서 아직 굳지 않고 뼈와 뼈의 연결고리도 고정되어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엄마 배속에서는 동그랗던 머리가 산도를 빠져나오는 동안 뼈와 뼈가 엇갈리면서 모양이 변한다. 이것이 아기머리의'응형'이라고 하는데, 자라면서 정상적인 모양으로 돌아온다. 갓 태어난 아기 머리는 좁고 긴 경우가 많다. 진통이 오래 지속되었거나 아기 머리가 큰 경우 정도가 더 심하다.
태아를 밀어내는 힘, 만출력
자궁이 수축해 진통이 시작된다
태아가 충분히 자라면 호르몬 작용으로 자궁이 규칙적으로 수축한다. 이때 동반되는 통증이 진통이다. 진통으로 자궁 내 압력이 높아져 태아와 양수를 둘러싼 양막이 자궁구 쪽으로 밀리다가 결국 자궁벽에서 떨어지고, 자궁구가 벌어진다. 자궁구가 열리면 양막이 파열되어 양수가 나오기 시작한다. 양수는 산도를 깨끗이 세척할 뿐만 아니라 태아가 산도를 부드럽게 빠져나올 수 있도록 윤활유 역할도 한다. 자궁구가 10cm 정도 열리면 진통과 함께 양막이 완전히 찢어지면서 양수가 쏟아진다.
산모는 반사적으로 힘을 준다
계속되는 자궁 수축과 진통으로 태아가 자궁구까지 내려오면 산모는 힘주고 싶은 느낌이 든다. 이때 반사적으로 아래쪽에 힘을 주게 되고, 그 힘에 의해 태아가 밖으로 나온다.
태아가 골반저를 회전하며 나오는 모습
골반에 들어가기 전 머리를 밑으로 하고 턱 을 몸 쪽으로 잡아당기고 어깨를 움츠려 최대한 오므린 자세가 된다. 머리 뒤부터 골반 안으로 들어간다. 머리의 옆면이 골반 입구와 맞닿은 상태로 내려와 세로로 긴 모양을 한 골반 출구에 도달할 때까지 엄마몸의 측면을 보면서 방향을 조금씩 바꿔나간다. 머리가 골반 출구에 도달하면 몸 쪽으로 끌어당긴 턱을 들어 올리는데, 그러면서 머리 앞부분이 출구 쪽으로 향하게 된다. 얼굴은 엄마의 등을 향하고 있다. 머리가 산도에서 완전히 빠져나오면 태아는 엄마 허벅지를 보게 된다. 아기가 산도를 따라나가기 위해 몸을 회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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